*이 블로그는 특정 정치인, 정당을 지지하거나 홍보하지 않습니다. 다만 정책을 분석하고 진단합니다.
“올해 연봉이 1000만원 올라서 6000만원대가 됐어. 각종 세금은 90만원 넘게 올랐는데 코로나19국민지원금은 안 주더라? 커트라인이 5800만원이라는데, 되게 억울해. 지금 집권당이 하는 복지 방식이 되게 오묘하게 커트라인을 만들었어. 연봉 6000만원대 중산층 표심은 상관없다는 건가?”
고향 친구 A가 들려준 말입니다. 수주가 폭증한 건설사들은 역대급 호황을 맞이했습니다. 직원들의 연봉은 올해만 2연상했고 6년차 대리 직급인 A는 연봉 앞자리가 바뀌었죠.
하지만 복지와 세금을 따져보면 억울해집니다. A는 세금 부담이 커졌지만, 재난지원금이나 신혼부부 주택대출 등 복지혜택에서 소외되는 ‘서러운 5800만원’ 세대에 진입했습니다. 유시민의 비유처럼 복지를 공동구매라고 본다면, 세금은 같이 냈는데 공구물건은 받지 못하는 상황이죠. 연봉 5000만원 후반대 직장인은 이처럼 서러운 복지 커트라인에 걸렸습니다.
보편복지가 아닌 선별복지를 말하는 정치인이 많아질수록, 억울한 중산층은 늘어날 겁니다. 만약 여러분이 ‘서러운 5800만원’ 세대라면(물론 저는 아닙니다만), 이번 대선 때 누굴 뽑는 게 좋을까요?
복지 확대와 증세는 시대적 흐름, 여야 따로 없다
여야 구분없이 복지 확대는 시대적 과제입니다. 소득 하위 70%(월 소득 170만원) 노인에게 최대 월 30만원을 지원하는 기초노령연금, 의무교육을 받는 초중고등학생들에게 밥을 먹이는 공공급식, 출산과 육아를 나라가 돕는 양육수당 등이 그 예시입니다. 계층간 세대간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정부의 재분배 역할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사회가 붕괴하지 않으려면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죠.
지난 20년간 복지의 확대에는 여야구분이 없었습니다. 기초노령연금의 경우 2007년 노무현 정부가 법안을 제정할 때 당시 한나라당의 반발이 심했지만, 역으로 2013년에는 새누리당의 박근혜 대선후보가 9만7000원이던 지급액을 20만원으로 대폭 늘린다는 공약을 내세우면서 압도적인 노인표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지난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퍼주기’라며 시장직을 걸고 반대했던 ‘공공급식(혹은 무상급식)’의 사례도 흥미롭습니다. 재미있게도 공공급식을 국내에 처음 선보인 건 같은 한나라당 소속의 안상수 당시 당 대표였습니다. 2001년 경기도 과천의 지역구 국회의원이었던 안 전 대표는 전국 최초로 연 20억 원 규모의 공공급식을 주도했습니다. 당시 한 언론보도를 인용합니다.
“2011년 현재 초등학교 기준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79%에 해당되는 181개 자치구가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이 중 절반인 90개 지역이 전면 무상급식이고, 나머지 91개는 부분적 무상급식이다...재미있게도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90개의 자치구 중 절반인 45개 지역이 한나라당 소속의 단체장(구청장, 시장, 군수)이 있는 곳이거나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의 당선 지역이다. 한나라당이 무상급식을 '좌파 포퓰리즘, 망국적 대중영합주의, 세금 폭탄' 등의 극단적인 용어를 사용해 원색적으로 비난해 온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출처: 오마이뉴스 [분석] 무상급식 실시 지역 절반이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 또는 국회의원
이처럼 여야는 서서히 복지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양당은 경쟁당이 복지 정책을 내놓으면 당시에는 반대하더니, 이후 바통은 이어받는 희안한 국정 운영을 합니다. 심지어 ‘묻고 더블로 가!’ 더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온 국민이 재난지원금을 받는 시대까지 왔습니다.
복지는 점점 선별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제공될 겁니다. 그 시대의 흐름을 읽느냐 읽지 못하느냐의 차이는 큽니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후보는 보편복지의 대표주자입니다. (너무 퍼준다, 지속가능한 정책이냐 문제는 논란입니다. 검증이 필요하죠)
다가오는 복지 대선, 누구 뽑을까?
대선이 다가오면 다들 세금에 민감해집니다. 세금을 더 걷을 정치인은 누굴까, 그 자에게는 표를 주지 않겠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어차피 대한민국은 후진국 수준의 저복지국가에서 유럽 수준의 중복지국가로 넘어가려 합니다. (북유럽 수준은 아니고) 지난 20년간 그래온 것처럼 복지 항목도 점차 늘려갈 겁니다.
저라면 ‘나도 복지를 누리게 해줄 정치인’을 뽑겠습니다. 특히 2030에게 절실한 출산지원금, 저렴한 생애 첫 내집 마련 대출을 내걸면 좋겠습니다. 꼭 필요한 분야에는 선별이 아닌 보편복지를 추진하는 정치인이 좋습니다. 그래야 나도 혜택을 받고, 나보다 세금을 더 낸 고향친구들,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테니까요.
대선 후보들의 증세정책도 잘 따져볼 겁니다. 현 집권당처럼 부동산 거래세를 늘리는 건 사절입니다. 왜 실수요자까지 피해를 봐야 하나요. 대신 2주택 이상 소유자에게 강력한 부동산 보유세를 매기는 건 찬성입니다. 캘리포니아 해변에 근사한 별장을 가진 미국 갑부들은 매년 집값의 1~2%를 보유세로 내고 있습니다. 저같은 실거주형 서민 말고, 투기나 오락성으로 집을 보유한 다주택 보유자가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봅니다.
6개월 남은 대선, 여태 후보 공약이 나오지 않았군요. 선별복지의 커트라인인 연봉 5800만원 세대, 혹은 예비 5800만원 세대들은 이번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할 겁니다. 세금은 잘 내놓고 복지 혜택은 받지 못하는 서러운 상황을 피하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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